사전에서 비평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다.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함'이라는 의미가 가장 먼저 보였다.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영역을 살펴보면, 사전에 나온 의미대로 비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사물의 그름과 추함을 분석해 가치를 논하는 순간, 비평의 대상을 비롯해 여럿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논쟁을 겁내지 않는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대중음악평론가이다.
그러다 보니 저자가 여기저기서 공격받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그 공격이 저자에게 유효타를 입히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
저자의 무기는 탄탄한 논리와 방대한 지식이다.
저자는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에서도 논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첫 번째 목차 제목부터 '활보하는 가짜 레전드'이고, 표절 가수와 작곡가의 실명을 거론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뒤이어 '쇼미더머니'의 영향, 음원사재기 논란, 심의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룬 비평이 줄줄이 이어진다.
어디에도 주례사 비평은 없다.
비평집이니 읽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쓸데없는 수사를 배제한 간결한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구사한다.
읽기 쉬우면서도, 확실한 근거와 논리를 보여주기에 좋은 문장이다.
저자가 힙합과 알앤비 비평가인 만큼, 해당 장르의 음악을 언급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해당 장르의 음악을 몰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서 설명해야 할 부분은 잘 풀어져 있어 가독성이 훌륭하다.
첫술에 배부르겠냐마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책 후반부에 실린 비평과 분석 또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K-POP 신화의 그림자>라는 제목과 잘 어울렸던 전반부와 비교해 색깔이 다르다.
전반부를 대목차 <K-POP 신화의 그림자>로 묶고, 후반부를 다른 이름의 대목차로 묶은 뒤, 그 아래에 소목차를 두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례사 비평 같은 감상만 남기는 건, 저자를 향한 예의가 아닌 듯해 마지막에 겐세이를 보탠다.
역시 호텔에선 집필보다 독서가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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