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미묘하고도 불편한 긴장감이 서늘하게 몸을 감쌌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은 몇 작품을 제외하면 누구나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겪어봤을 만한 상황을 그린다.
그런데도 읽는 내내 낯설었다.
드러내면 불편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다양한 감정을, 소설이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우리가 인간관계 속에서 수시로 경험하는,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기 어려우면서도 찝찝한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만 끝내 실패한다.
이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데, 우리는 그 모습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드라마 <미생>이 화제를 모으던 시절을 떠올려 보자.
당시 술자리에서 자신을 '오 차장'이라고 자처하는 '마 부장'이 얼마나 많았던가.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좋은 가족, 좋은 친구, 좋은 동료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멀리서 봤을 때는 좋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별로여서 사이가 어색해지고, 좋은 사이였는데 일로 엮여 원수가 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한 풍경 아닌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외부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의 차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물다.
이 소설집은 그 차이를 미시적으로 살피며, 우리에게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이 소설집은 단지 우리가 그런 약하고 한심한 존재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실패하지만, 그 실패를 통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우리가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려면, 좋은 사람이 되려는 의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 소설집이 독자에게 전하는 핵심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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