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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경욱 장편소설 <나라가 당신 것이니>(문학동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8. 19.



새 장편소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홍보하러 서울 외곽 지역을 돌다가 보름 만에 귀가했을 때 이 작품을 펼쳤다.
신간을 여러 권 샀는데, 읽지도 못하고 호텔프린스에 입주작가로 들어온 터라 소설이 고팠다.
못 읽은 신간 중 표지와 제목이 가장 도발적인 책을 펼쳤다.
내가 차차차기에 쓰려는 장편과도 컨셉이 겹치는 느낌이 들어 관심 있게 읽었다.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소동극에 가까웠다.
이 작품은 과거 안기부(더 멀리는 중정) 소속이었던 칠순 노인 몇 명이 모시던 상사의 지령을 받아 한국과 미국을 떠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올드보이들은 영화 <1987>에 등장하는 치안본부 '박처원' 치안감처럼 세상이 빨갱이로 가득 차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상사의 지령을 맹목적으로 받든다. 
여전히 과거에 젖어 사는 이들은 작품이 끝나기 직전까지 시대착오적이면서도 과대망상에 빠진 태도를 보여준다.
작가는 종종 올드보이의 시점에서 보는 세상을 실제인지 환상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서술함으로써 과대망상 효과를 극대화한다.
스케일이 큰 블랙코미디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개연성 면에서 아쉬웠다.
올드보이들이 상사를 찾는 여정은 퍼즐을 풀어가는 과정을 닮았는데, 우연과 우연이 작품 끝까지 겹쳐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차라리 상사를 만나지 못하고 자멸하는 설정이 낫지 않았을까.
그런 설정을 했다면 올드보이들이 마지막에 각성하기 어려웠겠지만, 더 설득력 있는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