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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테드 창 소설집 <숨>(엘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9. 27.

 



다시 읽는데도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재미도 재미지만 품격이 느껴지는 SF다.
작가는 새로운 기술이 변화시킨 세상과 그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변화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소설마다 다채로운 설정과 전개로 새로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데 그 상상력이 대단하다.

책의 문을 여는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부터 비범하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를 연상케 하는 신비롭고 이국적인 배경에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더하다니.
과거로 돌아가도 미래를 바꾸지 못하며, 그저 과거를 더 잘 알게 될 뿐이란 설정 또한 클리셰를 반복하지 않아 신선하다.

표제작 ‘숨’은 ‘엔트로피’ 개념에 착안해 무분별한 에너지를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유대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루며 피할 수 없는 기술의 발전 앞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은 우리가 완전무결하고 정확한 기억을 가지는 게 옳은지 질문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과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고찰하며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묻는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창작 노트에는 작품 속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개념이 짧고 명료하게 정리돼 있어 이해를 보탠다.
이렇게 친절하기까지 하다니.

그런데.
작가 이름을 보면 자꾸 영화 <극한직업>에 출연한 배우 오정세가 떠올라서 피식하게 된다.
나만 그런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