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으로 전업한 대학 강사(훔쳐드립니다), 살인을 저지른 승려(타클라마칸), 다른 남자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아내(같았다), 소설을 쓰지 않는 소설가(그는 쓰다)...
이 소설집의 등장인물은 모두 난감한 처지에 놓여있고, 동시에 선악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다.
피해자로 보이는 인물에게는 영악함이 있어 마냥 동정하기가 어렵고, 가해자로 보이는 인물에게는 유약함이 엿보여 대놓고 미워하기가 어렵다.
작가는 인간의 욕망을 다양하게 변주해 드러내 보이는 한편, 우리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윤리적인 생각과 행동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반복해 묻는다.
불편하지만 읽는 내내 끌렸다.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활자로 읽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뭐 하나 즐겁게 끝나지 않는데도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졌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불편함이 극에 달해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이 소설집을 읽는 일이 내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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