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올해 목일신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당선작으로 열두 살 아이가 경험하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다룬다.
출판사의 작품 소개에는 어린이들의 사랑과 우정과 비밀에 관한 이야기라고 언급돼 있는데, 소개 이상으로 다루는 감정의 깊이가 상당하다.
여기에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다문화 가정 문제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도 판타지 서사와 어우러져 부드럽게 서사를 이끈다.
작품을 읽으면서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다.
돌이켜 보면 어리다고 고민이 없지 않았고, 그 고민이 그리 유치하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하는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시절의 인간관계도 치열했다.
어떤 면에선 더 잔인했고.
작품 속 주인공처럼 나도 학교에서 무리에 끼는 일이나 또래와 친하게 지내는 일을 어색해하고 겉돌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학창시절 친구가 거의 없다.
지금도 그 성격이 어디 가지 않아서 일행과 함께 걸을 일이 있으면 알아서 맨 뒤에서 홀로 걷는다.
겉보기에는 꽤 사교적인데 실제로는 누군가와 깊이 친해지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는 편이다.
계속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일이 피곤해서 집이 혼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너도 그러니?"라고 묻는 것 같아서 위로를 받았다.
책을 덮은 뒤 다가오는 여운 속에서 차차차기작으로 동화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가끔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한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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