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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오수연 장편소설 <건축가의 집>(강)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4. 18.



개발 독재가 진행되던 70년대와 8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당시의 격변하는 사회와 분위기 묘사가 생생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담긴 낭만적인 과거 묘사는 이 작품에 없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장마철만 되면 집이 물에 잠기고 개천에 똥이 떠다녔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
주인공 가족은 간신히 마련한 집을 결국 지켜냈지만, 건축가가 지었다는 그 집은 기반부터 지붕까지 모두 부실해 위태롭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 그런 집을 닮은 게 아닐까? 
이 물음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친해질 수 없는 작품이었다.
화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이야기가 튀어나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나중에는 이해를 포기한 채 페이지를 넘기는 데 의미를 뒀다.
문장에 공을 들인 티가 팍팍 드러나지만, 그 문장만큼 서사가 매끄러웠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