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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설아 소설집 <고양이 대왕>(작가정신)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5. 1.



말하는 병아리, 다이아몬드 반지로 현신한 그레이스 켈리, 고양이로 변한 아버지, 좀비로 되살아나 등교하는 학생, 외계로 사라졌다는 어머니 등.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의 등장인물은 체제에 순응하며 살다가 느닷없이 변신하고 폭주한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은 하나 같이 우울하지만,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을 괴롭히는 불안, 욕구 불만, 슬픔은 끝내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절망적인 이야기인데, 몽환적인(때로는 황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가의 문장 때문에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동의하긴 어렵지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 반 좀비'에 실린 일갈이 아닌가 싶다.
"뭘 하건 모든 것은 죽고 사라지고 멸망하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죽기 위해서지. 그것 말고 이 세계는 아무 의미도 없고 목적도 없다. 그러니까 부디 네 멋대로 살라고."
진지하게 읽기에는 가볍고, 가볍게 읽기에는 무거운? 그 어딘가에 있는 이야기의 모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