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위기 수준으로 심각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버디 수사물이다.
식물에 남은 인간의 사념을 들을 수 있는 카페 직원과 본업은 법의생태학자인 탐정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그린다.
사소하게 출발한 사건은 두 주인공이 단서를 찾을 때마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덩치를 키운다.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상하며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는 부분이 많으니 말이다.
여기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같은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이 작품에서 사건 해결 과정보다 더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후 위기에 따른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 묘사였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제한하는 설정, 불편하지만 탄소배출량을 늘 신경 써야 하는 일상 묘사, 에어컨을 가동하자마자 탄소배출을 감독하는 공무원이 쫓아오는 모습 등은 정말 그럴듯해 마치 예언처럼 느껴졌다.
최근 들어 김초엽 작가의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조예은 작가의 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 강영숙 작가의 장편소설 <부림지구 벙커X> 등 기후 위기를 다룬 소설이 자주 눈에 띈다.
내겐 과학의 언어보다 소설로 다룬 기후 위기가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불러올 파장을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데 소설이 나름의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산성 없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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