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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한국 소설 시장에 파고든 트렌드 '로우텐션'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9. 9.



신보를 수시로 챙겨 듣다 보면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듯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신간을 체크하다 보니 꽤 재미있는 트렌드가 보인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로우텐션'이라고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발점은 베스트셀러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불편한 편의점>이다.
둘 중에서 판매량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우위인데,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불편한 편의점>이 우위로 보인다. 
<불편한 편의점>과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작품이 점점 많이 눈에 띄고 있다.
판매 순위를 확인해보면 그런 작품이 실제로 꽤 잘 팔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 자(2022년 9월 9일) 예스24 기준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2>(나무옆의자) - 국내도서 3위
황보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 국내도서 30위
허태연 <하쿠다 사진관>(놀) - 소설/시/희곡 38위 
김지혜 <책들의 부엌>(팩토리나인) - 소설/시/희곡 63위 

신간 소설 대부분이 1쇄를 소화하지 못하고 묻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로우텐션' 소설의 상업적 성취는 주목할 만하다.

현재 한국 문학의 주류는 페미니즘과 퀴어 서사이고, 여기에 SF를 비롯한 장르 문학이 지류를 형성하고 있다.
SF 이후 새로운 트렌드라고 볼 만한 흐름이 없었는데, 앞으로 '로우텐션'을 표방하는 작품이 눈에 띄는 트렌드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미 가요 시장에선 뉴진스가 이른바 '정반합'의 원리로 '로우텐션' 트렌드의 도래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도 큰 틀에선 '로우텐션' 트렌드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상업적인 가능성과 별개로, 문학판은 허들이 높기 때문에 '로우텐션' 트렌드를 표방하는 소설이 비평적으로 대접받을 가능성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대형 문학출판사들도 비평적으로 무시할 수 있어도, 매출 증대를 위한 출간까지 무시하긴 어려울 테다.

p.s. 그런데 너는 왜 그런 트렌드가 보이는데도 그런 작품을 쓰지 않느냐고?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다.
마음속에 못된 생각만 가득한 데 '로우텐션'은 무슨.
혹시나 '로우텐션' 트렌드가 끝나면 나 같이 못된 걸 쓰는 놈을 위한 트렌드가 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