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 초콜릿을 처방전으로 내주는 가게.
제목은 수상하지만 내용은 전혀 수상하지 않다.
다양한 형태의 짝사랑 사연이 뻔하고 유치하지만, 공감하지 않기가 어렵다.
사랑하고 있거나 했었다면, 이 작품에 실린 짝사랑 사연 중에 자기 경험과 비슷한 사연 하나는 있을 테니 말이다.
은근히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가장 밟힌다.
주인공이 손님에게 사랑했던 과거를 예쁘게 잊는 법이라며 전하는 처방전이다.
"그 사람이 여전히 좋은 거라면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 돼요. 근데 그때 함께했던 사랑이 여전히 그리운 거라면, 새로운 사랑을 찾으면 돼요."
이 작품은 이미 해외에 판권이 팔렸고, 국내에서도 몇 쇄를 더 찍었을 만큼 꽤 잘 팔리고 있다.
작가가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와 독자가 읽고 싶은 이야기가 일치하는 행운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자신을 양보하는 게 옳을까?
자신을 양보하지 않고도 독자를 압도할 수 있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역량이 내게 과연 있을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고 해서 작품이 잘 팔린다는 보장이 있을까?
이런 '로우텐션' 계열의 소설을 읽다 보면 고민이 깊어진다.
이 같은 고민은 각본 작업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홀로 매달렸던 소설 쓰기가 상대적으로 참 쉬운 작업이었음을 요즘 들어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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