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만약 그때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 작품에 실린 여덟 개의 에피소드가 다양한 형태로 이야기를 변주하며 던지는 질문이다.
이 작품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처럼 옴니버스 형식으로 생활 밀착형 이야기를 전개한다.
완전한 허구의 장소를 배경으로 다루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달리, <불편한 편의점>처럼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장소를 배경으로 다뤄 현실감을 높인다는 게 이 작품의 개성이다.
에피소드 전체에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인 바텐더 '문'과 달 토끼 '보름'의 로맨스가 드러날 듯 말듯 은은하게 깔려 있어 이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사람, 성공만 보고 달리다가 연인을 놓친 사람, 밥벌이에 매달리다가 꿈을 잊은 사람 등.
이 작품 속 등장인물은 우연에 이끌려 바에 들렀다가 바텐더가 만든 기묘한 칵테일을 마시며 인생에서 가장 후회했던 순간을 만난다.
이 작품을 등장인물이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먼치킨이 되는 회귀물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등장인물의 선택은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뤄지는데, 그 결말이 지극히 인간적이어서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현실적이다.
회귀물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가 낙오자에게 패자부활전을 치를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소설,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과거를 되돌려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대리만족의 발현.
하지만 그 끝은 대체로 '현타'로 이어진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현실은 '아 씨발 꿈' 그대로이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은 책을 덮었을 때 "내가 만약 작품 속 등장인물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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