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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경순 장편소설 <장미총을 쏴라>(은행나무)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1. 19.



추리소설 작가가 예술 작품을 닮은 오래된 총을 둘러싼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큰 줄기다.
이야기는 총기 전문 잡지 인턴기자가 사장과 차장을 사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정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인터넷 카페, 과거에 근무했던 직원의 의문사, 의문사와 관련 있는 외부인, 잡지사 직원들의 수상한 행보가 가지를 뻗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구조가 복잡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매력적이었다.
이야기가 끝이 보이는데도, 어떻게 끝날지 예상이 되지 않아 흥미로웠다.
예상이 모두 처참하게 빗나가 당황스럽기도 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마치 어려운 퍼즐을 맞추는 듯해 퍼즐의 모양이 어떻게 완성될지 읽는 내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작품 초반에 패를 까고 시작한 터라 정해진 결론을 향해 나아갈 줄 알았는데, 막판에 뒤통수를 정말 세게 맞았다.
여기에 대한민국 문학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총기 합법화 논의, 인간 내면의 폭력성, 친일파 청산 문제 등 묵직한 소재가 절묘하게 엮여 있어 사회파 소설 성격도 상당히 가지고 있다.
메시지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 장르 소설의 재미를 잡은, 낯설고 개성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