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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홍종의 동화 <고인돌나라 소년 전사>(기역)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1. 21.



이 작품은 세계적인 고인돌 밀집 지역인 고창을 배경으로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가 교차하는 혼란기를 그린다.
누가 먼저 강한 무기를 손에 넣느냐에 따라 무리의 운명이 정해지는 절체절명의 시대.
역사 이래 늘 그래왔듯이 전쟁은 약자에게 잔혹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역시 어린 소년인데도 불구하고 전쟁에 끌려가 척후병 역할을 맡고 있으니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모인 곳에선 으레 편 가르기가 벌어지고, 혼란의 강도에 비례해 갈등의 폭도 커진다.
주인공이 사는 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대부분 상호 이익 간의 충돌이다.
노사갈등을 예로 들어보겠다.
노동자 측은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사측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임금과 복지를 쟁취하려 투쟁하고, 사측은 인건비를 가능한 한 줄이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그런 이익의 충돌을 조절해 균형을 맞추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우리는 싫든 좋든 의견이 다른 사람과 공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를 선악 구도 프레임에 집어넣어 한쪽을 악으로 만드는 순간 공동체는 무너진다.
멀리 가서 실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전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는데도,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위험을 무릅쓰고 의견이 다른 세력을 오가며 절충안을 끌어내려 애를 쓴다.
독자인 아이들은 맑은 눈으로 정치가 나아가야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테다.
동화는 종종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