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자화상' 중)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뚱아리냐"('화사' 중)
"해와 하늘빛이/문둥이는 서러워/보리밭에 달 뜨면/애기 하나 먹고/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문둥이' 전문)
"아스럼 눈 감었든 내 넋의 시골/별 생각나듯 돌아오는 사투리."('수대동 시' 중)
시를 읽을 줄 모르는 나도 이 시집에 실린 시어의 감각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겠다.
나온 지 80년도 넘은 시집인데 구리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디 이 시집에 실린 시뿐인가.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라던 '견우의 노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던 '푸르른 날', '서으로 가는 달같이는/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던 '추천사' 등...
아주 오래된 시집의 페이지를 넘기다가 한 방 크게 얻어맞았다.
그렇다고 '마쓰이 오장 송가'나 전두환 생일 기념시 '처음으로'까지 아름답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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