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멸종된 동물을 복원했다가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까지 함께 복원돼 벌어지는 심각한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쯤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과학기술의 진보와 발전이 과연 인류에게 옳은 일인지 묻는다.
치밀하게 쌓아 올려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터트리는 반전이 놀라웠다.
정말 많이 놀라서 몇 차례나 반복해 반전 부분을 읽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작가는 이 반전을 쓰며 엄청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읽고 과학기술의 진보와 발전이 계급 사회를 공고하게 만들고,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희생양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불쏘시개로 쓰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담긴 문장은 마치 묵시록처럼 읽혔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세상이 더 좋아진다면,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게 인간이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절대적 조건하에서 말이다."(253페이지)
자연스럽게 코로나 펜데믹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었다.
펜데믹 이후 코로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많은 의약품 개발이 이뤄졌다.
하지만 어떻게 개발이 이뤄졌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동물 실험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에 관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을 테다.
하지만 내 가족의 목숨이 달려있는데도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동물이 아닌 인간을 실험 대상을 삼는다고 해도?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무겁고 이를 펼쳐내는 서사가 쓸쓸해 책을 덮은 뒤 여운이 길었다.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서글펐다.
그런 선택 외엔 방법이 없었느냐고 따져 묻고 싶다가도, 그런 선택 외엔 방법이 없었겠다며 공감하기도 했다.
굳이 이 작품에 '청소년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뭔가 '청소년 소설'스러운 표지 디자인과 타이틀이 독자 범위를 줄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히트 작가의 신작인데 괜한 우려인가?
청소년 소설, SF소설이라는 범주에 묶을 필요 없이 그저 훌륭한 장편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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