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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원우 장편소설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아작)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1. 30.

 


우선 작품의 설정부터 살펴보자.
느닷없이 광화문 광장에 우주선이 불시착한다.
자몽을 닮은 외계인이 우주선에서 나와 한국어로 구성된 알아들을 수 없는 말 한마디를 남긴 후 침묵한다.
군이 광장을 통제하는 가운데, 우주선과 외계인을 연구하기 위해 여러 분야 전문가가 모여 머리를 맞대지만, 딱히 소득은 없다.
그러던 중 자몽 전문가인 전직 아이돌 걸그룹 멤버, 물리학자 출신 신부, 허당인 천체물리학자 교수가 광장에 전문가랍시고 모이고 여기에 유명 북튜버 소녀, 어린 시절에 과학자를 꿈꿨던 공무원이 끼어든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전혀 예상되지 않는 골때리는 설정 아닌가?
우주선이 불시착했든 말든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은 평온하고, 외계인과 지구인의 충돌도 없다.
소소한 인물들이 외계인이나 우주선을 다룬 SF에서 흔히 보이는 이런저런 클리셰를 비껴가며 소소하게 좌충우돌하는 활극이 유쾌했다.
읽는 내내 웃기고 시끄러웠다.
파편처럼 흩어진 뜬금없는 이야기가 많아 어떻게 끝을 맺을지 불안했는데, 큰 무리 없이 이야기를 잘 모아 매듭을 짓는다.
정교한 서사나 개연성, 무게감 있는 주제를 기대한다면 난감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머리를 식힐 만한 가볍고 가독성이 좋은 장편소설을 찾는다면, 이 작품은 괜찮은 선택이다.
나는 이 작품을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