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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현대지성, 김운찬 옮김)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2. 16.

 



학창 시절에 무턱대고 읽다가 버티지 못하고 포기한 고전이다.
고전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오디오북으로 며칠 동안 들었는데 와...
이렇게 좋은 책이었다니.

성우가 존댓말로 내용을 읽어주고 각 챕터마다 중세풍의 BGM이 울리니, 마치 내가 당대 이탈리아의 메디치가 귀족이 돼 신하의 조언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
만약 이 책을 종이책으로 읽었다면 이런 감흥까진 없었을 것 같다.
내용이 대단히 현대적이어서 500년 전 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해 오늘날 정치에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이 유명한 이유는 필요에 따라 잔혹하고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된다는 파격적인 주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단과 방법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정적을 대상으로만 써야 하며, 그 결과는 반드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고, 절대 지속해 행사해선 안 된다는 점을 학창 시절엔 배우지 못했다.
놀랍게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조언이 이 책의 핵심인데 말이다.
이걸 못해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정부와 대통령이 지금까지 없었구나.
보국안민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더라.
이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오랫동안 했던 오해를 이제야 풀었다.

제17장 '잔인함과 자비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받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나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는 몇 번이나 돌려 들었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이왕이면 사랑을 받는 게 좋은데, 그럴 수 없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안전하고, 다만 증오의 대상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는 가르침.
평생 머릿속에 남을 가르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