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무턱대고 읽다가 버티지 못하고 포기한 고전이다.
고전을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오디오북으로 며칠 동안 들었는데 와...
이렇게 좋은 책이었다니.
성우가 존댓말로 내용을 읽어주고 각 챕터마다 중세풍의 BGM이 울리니, 마치 내가 당대 이탈리아의 메디치가 귀족이 돼 신하의 조언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
만약 이 책을 종이책으로 읽었다면 이런 감흥까진 없었을 것 같다.
내용이 대단히 현대적이어서 500년 전 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해 오늘날 정치에 그대로 적용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이 유명한 이유는 필요에 따라 잔혹하고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된다는 파격적인 주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단과 방법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정적을 대상으로만 써야 하며, 그 결과는 반드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고, 절대 지속해 행사해선 안 된다는 점을 학창 시절엔 배우지 못했다.
놀랍게도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조언이 이 책의 핵심인데 말이다.
이걸 못해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정부와 대통령이 지금까지 없었구나.
보국안민이 바로 이런 거구나 싶더라.
이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오랫동안 했던 오해를 이제야 풀었다.
제17장 '잔인함과 자비로움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받는 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나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는 몇 번이나 돌려 들었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이왕이면 사랑을 받는 게 좋은데, 그럴 수 없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게 안전하고, 다만 증오의 대상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는 가르침.
평생 머릿속에 남을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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