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남자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문제는 주인공이 무지개 연못에 사는 개구리 소년도 아닌데, 울기만 하면 전국에 폭우가 내리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금속 내골격과 액체 금속 외피가 별개의 개체로 움직이는 터미네이터 Rev-9처럼 주인공의 본체는 따로 존재하고, 백종원으로 추정되는 이는 홍길동처럼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다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고양이는 말을 할 줄 아는 쿠팡맨이다.
얌체공이 인조 대리석 바닥에서 튀듯,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쫓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뭔가 잃어버린 것 같긴 한데 무엇을 잃어버린지 몰라 혼란스럽고 슬퍼질 때가 있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자신이 껍데기 같고.
그렇다면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문득 그런 답 없는 센치한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날이 있다.
운다고 현실이 달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엉엉 울면 기분은 좀 개운해지지 않던가.
우는데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가.
읽다가 중간에 "이게 뭔 시추에이션?"하며 갸우뚱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가자.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나 또한 내게 없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부러워 해왔다.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녀석, 잘 생기고 키가 커서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 녀석, 돈 많은 녀석, 집안 좋은 녀석, 일 잘하는 녀석, 기가 막히게 운 좋은 녀석...
세상에 왜 이렇게 부러운 녀석이 많지?
소설가로 사는 지금의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성석제, 박상처럼 유머와 페이소스를 잘 표현하는 작가다.
미문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데, 웃픈 문장은 이상하게 볼 때마다 부럽더라.
이건 따라 하고 싶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여러 차례 웃픈 소설을 쓰려고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내가 자전거를 다룬 장편소설 <되면 한다>(가제) 집필을 중단한 이유 중 하나도 그 때문이다.
작년에 읽었던 작가의 전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는 내가 한 번쯤은 구사해보고 싶었던 문장을 가득 담은 소설집이었다.
이 장편소설 역시 낯설고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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