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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호연 산문집 <김호연의 작업실>(서랍의날씨)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4. 13.

 



리뷰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한다.
2021년 봄, 내가 횡성 예버덩문학의집에 입주 작가로 머물고 있던 때다.
예버덩문학의집을 운영하는 조명 선생님께서 김호연 작가가 새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명 선생님은 종종 김 작가가 예버덩문학의집에 머물렀던 시절을 회상하며 부지런히 활동하는 작가라고 칭찬하곤 했다.
마침 예버덩문학의집 서재에 김 작가의 데뷔작 <망원동 브라더스>가 꽂혀있어 꺼내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왜 이제야 이 소설을 읽었나 싶었을 정도로.
순수하게 재미로만 따지면 <망원동 브라더스>보다 앞서는 장편을 그 이후 단 한 작품도 만나지 못했다.
이후 나는 <연적> <파우스터> 등 김 작가의 작품을 뒤늦게 찾아 읽으며 반가움을 느꼈다.
김 작가 또한 나처럼 소설은 서사가 전부라고 믿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후 내가 전국 곳곳의 작가 레지던시에서 머물며 글을 쓸때마다 김 작가의이름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김 작가는 내가 머무는 레지던시에 늘 나보다 먼저 흔적을 남긴 작가였다.
마침 <불편한 편의점>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하던 때여서 레지던시에 머무는 작가 사이에서도 김 작가는 늘 화제였다.
특히 지난해 여름 토지문화관에 머물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 옆 방이 김 작가가 <불편한 편의점>을 쓴 공간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새 장편소설 <정치인>을 드라마 각본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하던 나는, 그 방 앞을 오갈 때마다 내게도 대박의 운이 찾아오기를 빌었다.
내가 지난해 겨울에 머무른 담양 글을낳는집은 김 작가가 <불편한 편의점 2>를 쓴 공간이었다.
그곳에서도 나는 각색 작업을 하다가 김 작가가 머물렀다는 방 앞을 오가며 내게도 밀리언셀러의 기운이 찾아오기를 빌었다.

지난 2월 말, 나는 제주 '안녕, 릴라'에서 <정치인> 출간을 위한 최종 원고 작업을 하다가, 준면 씨에게서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김포에 있는 집에 생각지도 못한 작가의 신간 사인본이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도착한 책은 김 작가의 새 산문집 <김호연의 작업실>이었다.
안면이 전혀 없는 작가가 내게 증정본을 보내는 경우는 드문데, 그 작가가 하필 김 작가라니.
아무래도 내 신작에 좋은 기운이 내려오려나 보다.

끝에 짧게 이 책을 리뷰하자면 작가 지망생에게 정말 좋은 내용이 많다.
작가는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을 써 온 과정, 노동요 등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팁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특히 내가 공감한 부분은 '작업실'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다.
왜 작가에게 작업실이 필요한지, 작업실이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그 이유를 밝힌다.
김 작가가 소개하는 작업실 상당수가 내가 머물렀던 곳과 겹쳐 더 공감하기 쉬웠다.

나 역시 작업실이 없었다면 소설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화촌기행>은 북한산 보덕사, <침묵주의보>는 광양 무등암,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는 토지문화관, <젠가>는 정읍 권번문화예술원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장편이다.
곧 나올 <정치인>은 유난히 많은 장소에 빚을 졌다.
예버덩문학의집, 프린스호텔, 글을낳는집, 안녕 릴라가 없었다면... 상상하기 싫다.

작가의 일상이 궁금한 독자라면 대단히 흥미로울 산문집이다.
소설 이상으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