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김중혁, 박솔뫼, 범유진, 조예은, 조해진, 천선란, 최진영 등 현재 활발하게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 7명이 자신만의 글쓰기 습관을 풀어낸 산문이 담겨 있다.
직간접적으로 여러 독자를 만나며 깨달은 사실인데, 독자는 작가의 작품만큼이나 작가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다.
출판사가 그런 독자의 수요를 간파하고 기획한 책이 아닌가 싶다.
원고지를 집어 던지거나 줄담배를 피우며 얼굴을 구기는 등의 극적인 모습은 없다.
꾸준히 하루를 1초 영상으로 기록하거나(김중혁), 책상 앞에 앉아 서로 다른 종류의 아로마 오일을 바르며 잠을 쫓거나(박솔뫼), 건강 유지를 위해 이런저런 운동을 하거나(범유진), 여행을 떠나거나(조예은), 고양이를 돌보거나(조해진), 카페나 작업실로 가기 전에 5000보 이상 걷거나(천선란), 청소를 마친 후 세수하고 머리를 감거나(최진영).
신해철의 노래 '일상으로의 초대'의 가사를 빌어 말하자면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보고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고요하고 또 고요하다.
내가 장담하는데, 소설가의 일상을 쫓아다니며 영상을 촬영하면 정말 재미없는 모습만 담길 거다.
당장 내 모습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가 소설을 쓰는 내 모습을 몰래 지켜본다면, 30분도 지나지 않아 하품을 쏟아낼 테다.
하루 종일 노트북에 앉아 뭔가 끼적이다가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 게 전부이니까.
내가 아는 한 소설가의 일상은 큰 틀에서 대부분 비슷하다.
나는 어느날 갑자기 영감이 왔느니 어쩌니 하는 소설가를 본 일이 없다.
소설을 쓰는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지루한 노동에 가깝다.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보이지 않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가장 큰 힘은 결국 그런 지루한 일상을 버티는 데에서 나온다.
넥스트의 노래 '나는 남들과 다르다'의 가사를 빌어 말하자면 "현재도 그만큼 중요"하고 "순간과 순간이 모이는 것이 삶"이니 말이다.
소설가 지망생이 뭔가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고자 읽을 만한 산문집은 아니다.
다만 소설가라는 직업인의 삶은 어떤지 슬쩍 엿보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기원 장편소설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문학세계사) (0) | 2023.04.27 |
---|---|
김호연 산문집 <김호연의 작업실>(서랍의날씨) (0) | 2023.04.13 |
장강명 산문집 <아무튼 현수동>(위고) (0) | 2023.02.20 |
최정나 장편소설 <월>(문학동네) (0) | 2023.02.19 |
류근 산문집 <진지하면 반칙이다>(해냄) (0) | 2023.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