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 강사로 활동해 온 베테랑 뮤지션임과 동시에, 나이 들어 첼로를 배우기 시작한 아마추어 연주자이기도 하다.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입장과 아마추어로서 배우는 입장을 오가며 진솔하게 자기 경험을 털어놓는다.
실력이 극적으로 늘지 않아도 좋으니, 느려도 함께 배우는 게 즐겁고 오래 간다고
손가락 힘이 세다고 F코드를 누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코드를 누르는 손가락 근육과 일상 생활에 쓰이는 손가락 근육은 다르다고.
연습하다가 막히면 그냥 기타를 들고만 있어도 좋다고.
가능한 한 힘을 빼라고.
이 산문집을 읽으며 내가 경험했던 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여 기타 코드를 바꾸던 첫 순간.
F코드를 잡았을 때 처음으로 맑은 소리를 냈던 순간.
처음으로 연주곡 '로망스'를 완전히 연주했던 순간.
겨우 잡은 B코드가 맑은 소리를 냈던 순간.
지루하게 크로매틱을 연습하던 중 처음으로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 멜로디를 들려주던 순간.
나는 기타를 독학한 데다 꾸준히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갔던 첫 순간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으로 남아있다.
돌이켜 보니 기타 연습을 포기하고 싶을 때쯤에 문득 원했던 소리가 짠하고 찾아왔다.
기타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고 쌓는 기술 대부분이 그렇다.
포기하지 않고 버티면 뭔가 얻기는 얻는다.
물론 각자의 역량에 따라 그 시기에 차이는 있다.
몇 년 동안 연습한 사람보다 몇 달 동안 연습한 사람이 더 기타 연주를 잘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한 번이라도 어느 단계에 올랐던 경험이니까.
그리고 그 경험이 다른 영역에서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줄 테니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다면, 시작에 앞서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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