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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임국영 소설집 <헤드라이너>(창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4. 29.



70~90년대 록과 메탈을 좋아하는 모범생이 소싯적에 해보지 못한 일탈을 B급 감성으로 풀어내 소설로 엮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대형 록페스티벌에 난입해 소동을 일으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허세만 가득한 유사 로커들, 술에 취해 자다가 토사물에 질식해 죽은 젊은 남자와 그 일당들, 공원을 전전하며 비둘기 흉내를 내는 소설가 지망생, 훔친 오토바이를 두고 미묘하게 갈등하는 소년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적당한 시기에 연애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30평 아파트에 사는 이른바 '평범한 삶'과 거리가 먼 청춘들이다.
그들은 대책 없으며 자기파괴적이면서 유약하고 겁이 많다. 
작가는 조금 과장된 모습으로 그들의 삶을 날것의 질감으로 보여준다.
대단한 미래를 꿈꾸지 않는 대책 없는 놈들이 대책 없이 술을 마시다가 대취해 대책 없이 싸움박질을 벌이는 모습.
싸움 구경이 재미있다지만, 읽는 내내 우스우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우울한데 마냥 우울하지 않은 시끄러운 이야기의 연속이다.

이 소설집의 미덕은 억지로 등장인물들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성장하는 서사를 보여주지 않는 점이다.
우리 모두 대놓고 말을 안 해도 알지 않는가.
미래는 불투명하고 사람은 어지간해선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점을.
다 읽고 나니 똥을 닦다가 만 기분인데, 그 기분이 마냥 나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