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자주 작품과 작가의 삶을 동일시한다.
소설가라면 누구나 작품 내용이 정말 본인의 경험이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자주 했다.
그때마다 나는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라고 답할 뿐이다.
그 말이 가장 진실에 가깝기도 하고.
그런데 <초급 한국어>와 <중급 한국어>를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지?
나는 일인칭 시점을 자주 사용하는 편인데도, 두 작품이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이 꽤 신선하게 느껴졌다.
<초급 한국어>는 주인공 '문지혁'이 미국의 모 대학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강의하는 일상을, <중급 한국어>는 주인공이 귀국해 강원도의 모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을 그린다.
나는 <초급 한국어>를 몇 년 전에 읽었다.
당시에는 그냥 가볍게 읽고 묻어뒀던 작품이다.
어려서부터 일탈 없이 바르게 살아오다가 어른이 된 모범생 같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내가 읽기엔 지나치게 착하고 무해한 글이었다.
가끔 소소한 아재 개그가 튀어나와 피식 웃게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중급 한국어>도 <초급 한국어>와 결이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주인공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상이 한국인이고,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기 때문에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전작보다 더 깊고 생활에 밀착한다.
불안한 일자리를 붙들고 쉽지 않은 육아를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중심을 지키고 자신만의 소설을 완성하려는 40대 가장의 분투.
나는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으로 느껴졌던 <초급>보다 핍진한 <중급>이 훨씬 더 좋았다.
특히 자신의 애매한 처지를 고백하고 또 극복하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했다.
이미 알려졌듯이, 작가는 이른바 등단도 안 한 채 책을 낸 '무면허 작가'다.
책을 냈으니 작가는 작가인데, 이 바닥에서 인정하는 등단을 하진 못했으니 작가로 자칭하긴 겸연쩍은.
여러 차례 실패를 맛본 작가, 아니 주인공의 선택은 "그냥 내 이야기를 쓰자. 나를 쓰자"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말한다.
"일단 아무거나 쓰고, 그걸 소설이라고 우기세요."
최근에 읽은 모든 소설의 문장 중에서 가장 위로가 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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