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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이병률 <혼자가 혼자에게> 그리고 <세이노의 가르침>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6. 18.

 


<혼자가 혼자에게>는 섬세하고 좋은 문장을 가진 산문집이다.
10만 부 이상을 판 대형 베스트셀러이고, 읽어 보니 그렇게 많이 팔린 이유를 모르진 않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문장에 마음이 움직일 만큼 감성적인 사람은 못 되더라.
시인의 문장은 대체로 내겐 버겁고 기름지다.

반면 <세이노의 가르침> 속 문장은 내가 닮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가장 피하는 부류인 자기계발서에 속한다.
자기계발서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그 책을 쓴 저자뿐이란 게 이미 수많은 사례로 증명이 됐으니까.
그런데도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저자가 책으로 돈을 벌 생각이 전혀 없다는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려 735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의 가격이 고작 7200원이다.
이미 알려졌듯이 저자는 인세를 전혀 받지 않고, 출판사 또한 책으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렸다.
그래서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진심이 느껴진다.
"엿 먹어라!" "야, 이 닭대가리야!" "뒈져 버려라!"라는 말을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 만큼.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간절하게 큰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 읽을 책이 아니다.
정말 간절하게 큰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그대로 실행한다면 반드시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게 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부자가 되고 싶다면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몸값을 높여라"일 테다.
이런 뻔한 결론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저자가 정말로 그런 삶을 살아왔다는 게 페이지마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실천할 사람이 독자 100명 중에 1명이라도 될까?

내용이 없으면 문장으로 장난질을 하기 마련이다.
내가 기자로 일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취재가 부족할 때 꼭 기사에 미사여구가 많이 들어갔다.
취재가 확실하게 된 기사는 거칠게 써도 힘이 있었다.
이 책은 취재가 너무나도 잘 된 힘 있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닮았다.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은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의 내용은 청년이 보기엔 '꼰대 of 꼰대'다.
하지만 그 어떤 눈치도 보지 않는 힘 있는 문장이 매력적이었다.
장편소설을 이런 문장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정말 멋진 소설이 나올 것 같다.
앞으로 나는 소설을 쓸 때 기존 소설보다 오히려 이 책을 더 많이 참고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