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발생 후 이재민의 일상과 심리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 속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한민국 전체를 무너뜨릴 정도로 엄청난 규모는 아니다.
아포칼립스 수준으로 모든 국민의 삶을 무너뜨린 재해가 아니어서 오히려 묘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의 제목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이 작품의 배경은 대형마트다.
정부는 임시로 이재민을 대형마트와 같은 공공시설에 집어넣고 곧 주거 공간을 제공해 주겠다며 달랜다.
재해 때문에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 바뀌었어도 사람들은 여전하다.
자연스럽게 파벌이 갈리고, 반목하고, 싸우고.
이런 가운데 느닷없이 화장실에서 낯선 아기가 발견돼 분위기를 반전한다.
재난을 주제로 다룬 장편이지만, 이야기 전개는 의외로 잔잔하다.
우울하지도, 웃기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의 사소한 기쁨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심리에 집중한다.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나을 거라는 작은 희망 하나만을 믿는.
"그 삶이 무너진 순간이 아니라 그 삶이 무너진 이후를 살아내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라는 문장은 이 작품을 잘 요약한다.
동시에 이 작품은 삶은 결코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마음대로 멈출 수도 이어갈 수도 없고, 그저 버텨내는 것일 뿐이라는 걸 냉정하게 보여준다.
주인공은 가족과 종교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뛰쳐나온 인물인데, 오히려 가족과 함께했던 일상보다 마트에서 보내는 낯선 일상에서 더 즐거움을 느낀다.
낯선 곳에서 만난 타인보다 가족이 더 자신을 힘들게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될 정도로.
문장이 내 취향과 거리가 멀어 쉽게 읽히진 않았다.
10분이면 걸어갈 길을 이곳저곳을 복잡하게 거쳐 1시간이나 돌아서 가는 듯한?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시인으로 먼저 데뷔했다.
그래서 쉽게 읽히진 않았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멜라 장편소설 <없는 층의 하이쎈스>(창비) (0) | 2023.07.01 |
---|---|
한소범 산문집 <청춘유감>(문학동네) (0) | 2023.06.30 |
문미순 장편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나무옆의자) (0) | 2023.06.28 |
차무진 장편소설 <엄마는 좀비>(생각학교) (0) | 2023.06.25 |
서윤빈 소설집 <파도가 닿는 미래>(허블) (0) | 2023.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