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간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고령화 문제는 빈약한 사회 안전망 및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간병 파산이나 살인과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중년 여성 '명주'와 뇌졸중을 앓는 아버지를 돌보는 청년 남성 '준성'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며 복지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두 주인공의 삶은 비극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살던 명주는 어머니가 죽자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시신을 미라로 만든다. 어머니 앞으로 나오던 연금이 끊기면 자신도 살길이 막막해진다는 이유로. 뉴스로 보도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연금부정수급 사례가 오버랩된다.
준성은 아버지를 돌보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에는 대리운전을 뛴다. 형은 사업을 핑계로 외국으로 떠나 돌봄은 오로지 준성의 몫이다. 아무리 일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데, 벤틀리를 대리운전하다가 거액의 수리비를 물게 될 처지에 놓이고, 아버지도 집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한다. 이때 옆집에 사는 명주가 준성에게 손을 내민다.
둘의 선택은 불법이고 패륜이지만 이를 대놓고 비난하긴 어렵다. 전 직장에서 일하다가 발에 화상을 입은 명주는 사실상 노동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명주는 사회복지망에서 걸려들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나밖에 없는 철없는 딸은 호시탐탐 명주의 주머니를 털을 궁리만 한다. 준성이 물어야 할 수리비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인데, 대리운전업체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모든 책임을 준성에게 미룬다.
이렇게 표현하니 절박하고 잔혹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 막상 소설을 읽으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후반부는 경쾌하기까지 하다. 심각한 주제에 짓눌리지 않는 작가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이로써 작가는 간병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개인의 문제로 두어야 하는지 무겁지 않게 화두를 던진다.
장편소설 공모가 화제성을 잃은 지 꽤 됐다.
창비장편소설상은 폐지됐고, 문학동네가 주관하던 여러 장편 문학상이 문학동네소설상 하나로 합쳐진 지 몇 년 됐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도 예전만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수림문학상도 마찬가지고.
세계문학상 수상작도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 이후로는 많이 팔린 작품이 없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선전은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감투보다는 김호연 작가의 개인기에 더 의존한 면이 크고.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세계문학상 수상작 중 가장 인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장편 공모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훌륭한 작품이었다.
출판사 투고로 이 장편이 과연 나올 수 있었을까?
공모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접할 기회도 없었을 테다.
올 상반기에 읽은 모든 소설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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