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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이시우 장편소설 <신입사원>(황금가지)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9. 12.

 



내세울 스펙 하나 없이 알바를 전전하며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는 주인공.
그런 그가 느닷없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업계 최고 대우’를 자랑하는 기업에 지원해 합격한다.
그가 회사에서 하는 일은 3교대로 벽에 붙은 시곗바늘만 바라보는 일뿐인데, 은행에선 지점장이 나와 그를 맞고 남들 연봉보다 많은 월급이 통장에 매달 꽂힌다.
도대체 자신이 하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 일이 문명을 지탱하는 일이란다.
그리고 주인공은 매일 기묘한 꿈을 꾸며 자기 일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란 말인가.

설정과 분위기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그 분위기 외엔 의문이 많은 작품이었다.
읽기에 친절한 소설은 아니다. 
현재와 과거, 역사와 소문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데, 무엇도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다.
현대사의 비밀을 추적하는 듯하다가도 느닷없이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겨 당황스럽게 한다.
생략된 내용이 상당히 많다는 인상을 줬다.
많은 떡밥을 풀었는데 수습을 못 한 듯하다.

특히 주인공이 왜 주인공이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당위성을 찾기가 어려워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공과 함께 일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들과 세대를 교체하기 위한 은유인가? 
그렇다고 해도 왜 하필 주인공이어야 했을까.
소설 전반을 감싼 특유의 분위기는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아쉬웠다.
이 소설을 이해한 독자의 의견이 궁금하다.
나는 주인공과 함께 교대로 일하는 노인들을 보며 과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떠올렸다.
특히 박 노인에게선 같은 성을 가진 그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