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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서경희 장편소설 <김 대리가 죽었대>(앤드)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9. 12.

 



우리가 타인에게 얼마나 쓸데없는 관심이 많고, 동시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웃프게 보여주는 블랙코미디다.
이 작품은 사내 홍보팀의 에이스 '김 대리'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푸는 동료 직원들의 소동을 그린다.

'김 대리'는 이 작품에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확실치 않다. 
'김 대리'는 모두의 기억과 소문 속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동료 직원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고 보니 정말 존재했던 인물인지조차 의문이 든다.
'김 대리'에 의지해 모든 일을 처리해 온 동료 직원들은 그가 사라지자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한다.
실은 '김 대리'가 사실 나쁜놈이었다며 태세를 전환하는 동료 직원도 속출한다.

이 작품은 소문에 따라 부화뇌동하고 입맛에 맞는 정보만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세태를 지독하게 풍자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세상만 보고 사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으면서, 익숙한 거짓에 스스로를 길들여 진실이라고 믿는 척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깊이 생각하며 읽지 않아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코미디보다도 웃기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