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최측근이었던 홍국영의 눈으로 당대의 조선을 바라보는 역사소설이다.
조선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정조, 그런 정조의 최측근이었다가 빠르게 몰락한 젊은 권신.
홍국영은 파란만장한 삶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소설, 영화, 드라마 등으로 다뤄진 캐릭터다.
아예 '홍국영'이란 제목으로 대하드라마가 만들어진 일도 있었고.
이순신이라는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처럼 쓰지 않는 이상, 그런 캐릭터를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기란 쉽지 않다.
이 작품은 조정에 진출한 홍국영이 정조의 왕위 계승을 돕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순간을 생생하게 다룬다.
가독성이 훌륭하고 흥미로운 작품이다.
당대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당위성을 끌어내는 이야기 전개가 설득력이 있다.
서술하기 어려운 부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는 문장이 돋보인다.
작가의 전공인 국제관계학과 동북아학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아울러 무엇이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고, 부패와 탐욕이 디폴트인 사회상을 그린 문장 위에선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 겹쳐 보인다.
역사소설이지만 매우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칼의 노래>처럼 이미 잘 알려진 캐릭터의 새로운 면을 훌륭하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작품은 속편을 염두에 든 듯 홍국영이 권력에 가까이 접근하는 과정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멈춘다.
홍국영이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가 몰락하는 과정이 속편에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이 작품과 함께 평가하는 게 옳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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