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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장류진 소설집 <연수>(창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3. 9. 17.

 



대기업 합숙 면접에서 취준생끼리 벌이는 치열한 경쟁(펀펀페스티벌), 지금까지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운전에서만 막히는 회계사(연수), 신입사원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여성 간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기업 문화(공모), 정직원 전환만 바라보며 치열하게 현장을 취재하는 인턴기자(동계올림픽).
주변에서 흔히 보일 법한 캐릭터와 생활에 밀착한 주제가 작가 특유의 가독성 좋은 문장에 실려 후루룩 읽힌다.
작가의 전작들이 모두 그랬듯이 이 소설집 또한 페이지터너다.
자전거 동호회(라이딩크루)와 한 대학 국문과(미라와 라라)를 배경으로 미묘하게 갈등하는 인간 군상을 그리는 단편도 직장을 배경으로 다룬 다른 단편만큼 흥미롭다.

다만 책을 덮을 때 뭔가 의문이 남았다.
왜 장 작가의 소설은 노동을 다루는 다른 작가(ex : 이서수, 김의경 등)의 소설보다 발랄한 느낌이 드는 걸까.
현실적이긴 한데, 가끔 판타지스럽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설 주인공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라 괜찮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고 짐작되고 꽤 괜찮은 직장에서 일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전체 수험생 중 '인서울' 대학 입학자는 10% 수준이고, 명문 소리를 듣는 대학 입학자는 그보다 훨씬 적다.
우리나라 전체기업 종사자 10명 중 8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괜찮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의 교집합이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사실 평범하지 않다는 말이다.
작가가 나중에 '좋좋소'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더 실감나고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겐세이'를 놓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