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한 자릿수였던 시절의 나는 지금 사는 세상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면 수시로 맞은 기억과 뭐든 부족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당시 나는 지금 여긴 꿈이고 꿈에서 깨어나면 행복한 현실이 펼쳐질 거라고 진지하게 믿었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유치원에 등교하고 TV 오전 정규 방송마저 끝나면, 할 일이 없는 나는 꿈에서 깨어나기 위한 통로를 찾기 위해 골목을 뒤지고 공터를 맴돌곤 했다.
그때 느낀 간절했던 마음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집에서 학대당하는 어린 소년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고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마치 영화 <나비효과>의 주인공처럼.
읽는 내내 다채로운 시공간에서 여러 다른 인생을 압축해 간접 경험해 보는 기분을 느꼈다.
간결한 문장과 빠른 장면 전환으로 쭉쭉 치고 나아가니 페이지도 휙휙 넘어간다.
앉은 자리에서 빠르게 완독하기 좋은 장편소설이다.
의외로 주제는 무거운 편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수백 년에 걸친 분투를 통해 삶이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묻는데, 내가 책을 덮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Carry On'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고.
그래야 스스로를 구원할 기회도 생긴다고.
시간여행도, 타임루프도, 시뮬레이션 우주도 경험할 수 없는 우리가 삶을 구원할 방법은 결국 그것밖에 없지 않은가.
깊이 들어가면 꽤 난해해질 설정과 주제인데,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적절하게 끊어내며 수위를 조절한다.
문장의 미학 같은 걸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여기며 재미있게 읽었다.
p.s. 여담인데 자꾸 소설 제목이 '크린토피아'로 읽혔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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