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이 아닌 단행본 중 기억나는 작품 몇 개에 관한 감상을 끼적인다.
* 온다 리쿠 장편소설 <꿀벌과 천둥>(현대문학)
몇 년 전에 읽다가 말았던 장편소설이다. 피아노 콩쿠르에 관한 소설인데, 내가 피아노에 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니 읽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음악을 함께 들으며 읽으면 감흥이 크지 않을까 싶어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천재들의 행보가 이렇게 큰 감동을 줄 줄 몰랐다. 몇몇 부분에선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와 당황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감정 이입한 캐릭터는 천재보다는 가장 나이 많은 참가자 다카시마 아카시였다. 천재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천재와 다른 길을 여는 노력파. 어딘가 모르게 내 소설 쓰기를 닮아서 응원을 멈출 수가 없었다.
* 위화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푸른숲)
동명의 영화를 보고 크게 실망해 원작까지 멀리했던 소설인데, 뒤늦게 읽고 후회했다. 이렇게 해학적이고, 이렇게 감동적이라니. 중국 현대사를 무리하게 이념과 엮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인 가족 서사를 만들어낸 작가의 필력에 크게 감탄했다.
* 심채경 산문집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문학동네)
논픽션 플랫폼 파이퍼에 <비전공자의 소설 쓰기>를 연재할 때 참고하려고 읽었던 산문집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읽은 산문집 중에서 이보다 우아하면서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준 작품은 없었다. 마치 김초엽 작가가 낸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었을 때 들었던 기분과 비슷했다. 다음 책이 진심으로 궁금한 작가다.
* 이기주 산문집 <언어의 온도>(말글터)
인스타 감성 글귀일 거라고 짐작해 읽지도 않고 오랫동안 무시했던 산문집이다. 그런데 뒤늦게 읽어보니 상당히 괜찮아서 놀랐다. 솔직히 이 책이 200만 부 가까이 팔렸다는 사실은 지금도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읽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시할 책은 절대 아니다.
* 마츠모토 타이요 만화 <동경일일>(문학동네) 1, 2권
출판 만화가 사양산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만의 예술을 위해 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노력이 아름다웠다. 무너져 내리는 걸 알면서도 붙잡고 버티는 모습이 반짝반짝 빛날 수도 있구나. 다음 권이 궁금하다.
* 욘 포세 장편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아... 도저히 모르겠다...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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