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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최하나 장편소설 <반짝반짝 샛별야학>(나무옆의자)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4. 5.

 



인생의 황혼에 들어선 뒤에야 다시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나는 배우고 싶었는데도 배우지 못한 사람의 한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랬으니까.
어머니는 생전에 내게 자주 국민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어머니가 만약 살아계셨다면 올해 66살(한국 나이)이었을 텐데, 공교롭게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나이와 비슷하다.
할머니들을 어머니라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읽으니 몰입감이 높았다.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할머니들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면 뭔가 감동적이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이 마냥 감동적이거나 따뜻한 작품이 아니라서 좋았다.
소설 속에 펼쳐지는 갈등이 날것의 느낌을 줘서 실감 났다.
연장자의 품격을 보여주는 할머니도 있지만, 대놓고 밑바닥을 보여주는 할머니도 있다. 
심지어 인류애까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할머니도 나온다.
소설은 사람이 나이 든다고 자동으로 현명해지는 게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여기에 노인의 아이 돌봄 문제, 부동산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참고로 작가의 첫 장편소설은 '부동산 누아르'다) 등이 더해져 생각할 거리를 여럿 남긴다.

캐릭터들이 각자 확실해서 읽는 내내 머릿속에 영상이 그려져 생생함을 더한다.
이 할머니는 이 배우가 연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풀 수 있는 갈등은 풀되, 굳이 풀지 않아도 될 갈등은 풀지 않고 넘어가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해로운 관계를 억지로 좋은 척하며 유지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동화 같은 표지만 보고 가볍게 페이지를 넘긴다면 의외로 무거운 내용을 담은 내용 전개에 놀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