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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강헌 평전 <신해철>(돌베개)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4. 5.

 



소싯적에 열광적으로 마왕을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그에 관해 많이 안다고 자부해왔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마왕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건 맞는데, 오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만난 마왕은 내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겸손하며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마왕이 밴드라는 포맷에 엄청나게 집착했다는 사실에 관해 처음 알게 됐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나는 마왕이 굳이 밴드를 안 해도 되는데, 보여주기 위해 밴드라는 포맷을 자신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았나 조금 의심했었다. 
반성한다. 그는 진짜 밴드를 하고 싶어 했다. 
다만 리더로는 그리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던 듯하다.

저자의 지나치게 사적인 서술은 이 책이 마왕의 평전인지 일기인지 분간하지 못하게 만들지만, 그래서 더 좋은 점도 있었다.
특히 지난 20년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대중음악 100대 명반 선정에서 신해철과 그가 존경하는 조용필이 모욕에 가까운 과소평가를 받았다는 강헌 평론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인적인 취향이 섞여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신해철 2집을 비롯해 조용필 1집, 4집, 7집, 13집이 고작 그 정도 평가를 받을 앨범은 아니지 않나.
마왕에 관해 적든 많든 추억을 가진 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일독해 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