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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지은 산문집 <태도의 언어>(헤이북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4. 6.

 




인터뷰 기사 중에서 가장 깊이가 없고 읽을거리도 없는 기사는 일간지 인터뷰다.
그렇게 볼품 없는 인터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신문 지면의 한계 때문이다.
일간지 인터뷰 작성은 지면에 싣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 때문에 기자가 욕심을 부려 긴 인터뷰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기자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기자는 늘 바쁘고 마감에 시달린다.
오래 기자로 일하다 보면, 기사가 되는 '야마' 뽑기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 데 무심해진다.
마치 소시오패스처럼 말이다.

내 경험상 기자 중에는 소시오패스 성향인 사람이 꽤 많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일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그렇게 일해야 성공하기가 좋다.
그런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면, 마지막에 과연 무엇이 남을까.
행복할까. 

저자는 지금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만난 여러 인연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직업과 업무를 대하는 태도, 실패를 대하는 태도 등을 무겁지 않게 풀어놓는다.
저자는 그런 언론 환경에서 오랜 세월 근무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고 훌륭한 인터뷰 기사를 쓰는 기자로 유명하다.
저자가 최근 몇 년 간 선보여 온 인터뷰 시리즈 '삶도'는 지금까지 어떤 일간지도 보여주지 못했던 경지에 다다른 심층 인터뷰였다.

특히 기사 곳곳에서 드러나는 인터뷰이를 향한 저자의 애정은 기존 일간지 심층 인터뷰에선 보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일간지는 한 기자에게 큰 기획 지면을 오랫동안 맡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계속 같은 기획을 맡고 있다는 건 그만큼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진정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일 테다.
이 산문집에는 저자의 오랜 경험을 통한 깨달음이 따뜻한 문장으로 담겨 있다.

책을 덮은 후에는 주위 사람에게는 물론 내게도 조금 더 친절해져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다들 알지 않는가.
지금의 내 태도가 돌고 돌아 결국 내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