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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홍 장편소설 <프라이스 킹!!!>(문학동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4. 14.

 



문장과 이야기에 작가의 지문이 찍혀 있는 듯한 소설을 만나는 일이 가끔 있다.
여러 소설 단행본의 한 페이지를 뜯어와서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다른 작가의 작품은 몰라도 김홍 작가의 작품은 골라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개성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다.
마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영화나 드라마처럼.

모든 것을 사고파는 장사꾼, 베드로를 모시는 무당, 어떤 선거도 53%의 승률로 승리하게 해주는 성물 등.
이 작품 역시 기상천외한 등장인물과 소재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팔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기꺼이 구해주겠다는 장사꾼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전개가 실소를 터트리게 하다가도, 언뜻언뜻 엿보이는 함의가 무거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나는 이 작품이 자본주의, 아니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붙들고 살아야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묻는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작품을 정치적인 소설로 받아들일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가족 서사로 읽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 작품을 몇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소설도 아니고.
여러 독자가 모여 독서토론을 벌이면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궁금해진다.

결론이 똑 떨어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작품, 거두절미라고 재미있다.
굳이 의미를 찾으려 들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편소설이다.
마치 이병헌 감독의 최근작인 드라마 <닭강정>처럼.
<닭강정>의 유머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 작품도 반드시 마음에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