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기를 소재로 쓴 산문집일 줄 알고 펼쳤는데, 정말로 일기 그 자체였다.
2021년 겨울부터 2023년 가을까지 쓴 일기를 엮었는데, 여기에 국내외 여러 작가가 쓴 일기를 짧게 발췌해 절묘하게 곁들이는 구성이 신선했다.
일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작품의 흔적에서 작가의 어마어마한 독서량이 느껴져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기보다는 작가가 딸에 관해 쓴 일기가 훨씬 좋았다.
문학, 음악, 오디오 등을 다룬 일기보다 훨씬 솔직하고 따뜻해서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대신 오랫동안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온 사진이 일기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처음 디카를 구입했던 2002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촬영한 모든 사진이 연도별, 월별, 일자별로 분류돼 외장하드에 저장돼 있다.
폴더에는 담긴 사진이 어떤 사진인지 관한 짧은 제목이 적혀 있다.
'준면과 횟집', '영산포 홍어' 등등.
제목과 사진을 보면 까맣게 잊고 살았던 그날 일과 기분이 꽤 많이 복구된다.
이 일기를 읽은 후, 한가해지는 날이 오면 지금까지 찍은 사진을 활용한 '사진 일기' 같은 책을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만이다.
지금 하는 일도 벅찬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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