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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우다영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문학과지성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5. 8.

 



작가의 전작인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을 꽤 충격적으로 읽었다.
수록 작품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무언가에 홀려 다른 세계를 엿보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테드 창이 덜 하드하게 따뜻한 SF를 쓰면 이런 느낌이겠다 싶었다. 
'신비롭다' 혹은 '환상적이다'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단편들이었다.
특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필력은 한국 작가 중에선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집을 사다 놓은 지 꽤 오래됐는데, 소설집과 장편소설 작업을 하느라 뒤늦게 펼쳤다.
내 방을 오갈 때마다 이상하게 자주 눈에 띄어 밀린 숙제를 하듯 읽었다.
시공간과 생의 한계를 초월해 펼쳐내는 환상적인 이야기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칼로 무를 베듯 구별할 수 없는 존재라고 역설한다.
어떤 선택으로 어떤 관계를 맺었든 그게 바로 지금 우리라면서.
그런 점에서 이 소설집은 '우주적'이다.
경험한 만큼 밖에 쓰지 못하는 나로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서 비롯되는 건지 경이로웠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전작보다 더 SF스러웠는데, 다섯 단편이 미묘하게 연결된 느낌을 줘서 마치 연작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정규앨범을 들을 때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차례대로 들어야 맛이 나듯이, 이 소설집 또한 수록 작품을 순서대로 읽어야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