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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이서수 장편소설 <마은의 가게>(문학과지성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5. 9.

 



이런저런 자리에서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위협에 관해 들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적잖이 놀라곤 한다.
나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고 겪을 일도 없는 위협인데, 한국의 치안이 타국보다 훌륭하다는 통계만 보고 무시하기에는 사례가 구체적이고 들으면 빡친다.
남자라면 시비 걸리는 상황이 올 때 맞다이까자는 마인드로 달려드는 사람이 많겠지만, 여자가 그렇게 행동하긴 쉽지 않다.
특히 상대방이 자신보다 완력이 센 남자라면.

기자 시절에 경제, 산업, 노동 분야를 취재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직간접적으로 자영업자의 현실에 관해 많이 주워들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자영업자 상당수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개업한다.
인생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
아무리 달려도 평생 비포장도로만 뛰는 사람도 있고, 죽어라 달렸는데 그 끝이 낭떠러지인 사람도 있다.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의 공단은 인력난으로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그 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많지 않고, 제대로 경력을 쌓을 수 없다는 거다.
그런 일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은 무책임하다.
그 돈을 받으면 살아는 진다.
그런데 여가 활동, 연애, 자기 계발 등 많은 걸 포기해야 살아진다.
더럽고 치사해서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다수의 손님은 평범한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듯 소수의 진상이 문제다.
자영업자는 돈을 지불하면 내가 왕이라는 마인드를 탑재한 진상을 절대 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진상은 대체로 집요하다.

만약 철저한 준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 여성이 진상 손님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읽으면 된다.

처절한 환장의 콜라보다.
읽는 내내 밤고구마 몇 개를 연속으로 물 없이 삼키는 기분이 들 것이다.

작가는 조금 희망적인 톤으로 소설을 마무리하는데, 그 마무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작가의 말을 보니 원래 결말은 꿈도 희망도 없었나 보다.
편집 과정에서 바뀐 모양이다.
작가가 처음에 쓴 대로 마무리를 지었으면 더 일관성 있는 아포칼립스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