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목이 졸려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사망자 주변인 모두가 용의자다.
사망자의 부모, 남자 친구, 남자 친구의 엄마, 담임선생, 베프까지.
가장 용의자와 거리가 멀 것 같은 사람이 용의선상에 차례로 오르고, 또 올라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용의자들 중 누가 범인일지 추리하다 보면, 페이지 넘기는 속도에 미친 듯이 불이 붙는다.
재미도 재미인데 가독성이 엄청나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니 말이다.
사실 목차를 보면 누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핵심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첫 목차와 마지막 목차에 실린 이름이 같았으니 말이다.
쓸데없이 눈치가 빨라 해당 목차에 실린 이름이 범인이겠거니 하며 이야기를 따라갔다.
목차가 바뀔 때마다 인간애가 쿠크다스처럼 박살 난다.
입에서 "와! C8!" 소리가 몇 차례나 나왔는지 모른다.
욕을 하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침내 비밀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 온다.
아...
내가 예상한 용의자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결정적인 인물이 맞았다.
그런데 그 용의자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상황.
그 상황 앞에서 1g 남아 있던 인간애마저 사라진다.
내가 한때 쓰면서 집착했던 '읽을 땐 재미있지만, 읽고 나면 몹시 기분이 찝찝해지는 소설'에 200% 부합하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읽는 재미와 더러운 기분을 동시에 느꼈다.
여름에 킬링타임용으로 딱이다.
그 어떤 호러 영화보다 소름 끼친다.
인간이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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