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감동적으로 읽었던 장편소설 중 하나는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매년 챙겨보긴 하면서도 최근 당선작은 조금 아쉬웠는데,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그런 아쉬움을 확 털어낸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올해 수상작은 어떤 작품일지 꽤 많은 기대를 했다.
세계문학상 수상자는 생짜 신인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그랬다.
이야기의 겹이 많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다루는 필치가 섬세하다.
익숙한 공간인 한국과 낯선 공간인 프랑스를 오가는 배경 속에서, 보편적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사랑이 펼쳐지다가 접히더니, 마침내 맑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이 모든 과정이 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다채롭다.
마치 밤새 내린 비에 젖은 식물의 푸른 잎을 새벽에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 이름을 가리고 읽었다면,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 착각할 뻔했다.
작품을 읽기 전에는 나무 아래 두 여자가 앉아 있는 표지에 실린 그림(메리 카사트의 1869년 작 'Two seated woman')이 뜬금없어 보였는데, 다 읽고 나니 왜 이 표지를 골랐는지 알 것 같다.
탁월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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