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는 젬병이다.
내 기억 속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췄던 춤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 뭣도 모르고 운동권 선배들 손에 이끌려 꽃다지의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따라 했던 율동이다.
율동을 따라 할 때 무척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 오락실에서 DDR이나 펌프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데, 쳐다보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최근에 '스우파'가 화제를 모았을 때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무슨 매력 때문에 춤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은지 말이다.
이 앤솔로지는 춤 좀 춰봤다는 작가 다섯 명이 쓴 단편소설을 모았다.
다섯 단편 모두 현재의 고민과 결핍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춤을 내세운다는 점은 같지만,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쓴 작품인 만큼 이야기가 다채롭다.
피아노 연주자를 꿈꾸다가 기연을 만나 댄서를 꿈꾸며 행복을 찾기도 하고(춤추는 동전), 쌍둥이 동생 대신 꿈꾸던 무대에 올라 아슬아슬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꿈을 꾸며).
발레리나로서 가지지 못한 장점에 좌절하는 대신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한 발 나아가기도 하고(비 플러스), 누군가에겐 평범함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걸 파이터).
그중에서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딸이 탭 댄스를 매개로 조우하는 「유성우가 내리는 날」이 인상적이었다. 유성우라는 배경 아래에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연출이 환상적이었다.
읽는 내내 풋풋한 성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상큼했다.
작가들이 왜 춤을 추고 왜 소설을 썼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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