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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박현욱 장편소설 『원할 때는 가질 수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문학동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9. 1.

 



이 작품이 박현욱 작가가 무려 18년 만에 내놓는 새 장편소설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렇게 긴 세월이 흘렀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여전히 박현욱 작가는 내게 가장 도발적인 질문을 했던 작가로 남아 있다.
데뷔작 『동정 없는 세상』과 최근작(?) 『아내가 결혼했다』만큼 파격적이고 논쟁적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장편소설이 또 있었나.
하나같이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캐릭터들인데, 반발심이 들다가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 미워할 수가 없었다.
신간을 확인할 때 박현욱이라는 이름을 정말 오랜만에 발견하고 1초도 고민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 작품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대학 동창 태주와 재하, 재하의 여자친구 명 사이에서 벌어지는 연애담을 그린다.
태주는 재하와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명에게 끌려 매번 셋이 함께 만나자고 연락하는 재하를 억지로 만난다.
태주는 명과 연인 사이인 재하를 부러워하고, 재하는 태주에게 미묘한 과시욕을 보여주는데 아뿔싸...
태주는 아무런 기대 없이 지르듯 명에게 고백했는데, 명은 그런 태주를 받아들이면서, 재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그런데 태주의 태도 또한 예사롭지 않다.
여기서 이 작품의 제목을 다시 눈여겨보게 된다.
이 환승연애는 어떻게 끝날까.
안 그래도 얇은 책의 페이지가 빨리 줄어든다.

재미있다. 
하지만 아쉬웠다.
'신라면 레드'인 줄 알고 먹었는데, '진라면 매운맛'이었다고나 할까.  
전작들과 비교하면 순한 맛이다.
다른 작가가 이런 작품을 썼다면 꽤 도발적이라고 느꼈을 텐데,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터라 셋의 심리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래도 오래 기다려온 작가의 신간이어서 반가웠다.
다음에는 작가가 요리한 '열라면 마라맛'을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