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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문진영 장편소설 『미래의 자리』(창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9. 21.

 



독서도 중독되는 기분이 들어서 당분간 하지 않으려 했는데,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결국 다 읽었다.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이라는 마음의 상처를 공유하는 20대 끄트머리 여성 셋의 일상을 따라간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제목에 '미래'라는 단어가 있는데, 죽은 친구의 이름도 '미래'다.
'미래'가 세상에 없다는 슬픔을 느끼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남은 이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애틋했다.

욕망, 죄책감, 자의식, 좌절감, 그리고 사랑.
청춘 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단어가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스쳐 지나갔다.
작가는 여기에 세월호 침몰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 등 등장인물들이 청소년기에 겪었을 집단 트라우마를 엮으며 기억으로 연결하는 따뜻한 연대의 힘을 엷게 보여준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을 거라면서.

책을 덮은 뒤 들었던 감정은 어이없지만 '사랑스러움'이었다.
나만 그런 감정을 느끼진 않을 것 같다.
작품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반복 재생된 노래 한 곡이 있었다.


하비누아주 '청춘'

기억이 나지 않아
내 의지와 다르게
모든 게 멈춰 버린 것 같아
앞이 보이지 않고
땅은 내 머리를 향해 오네

이 목적 없는 청춘엔
냉기가 흐르지
도망치는 청춘은
눈물도 차가워

큰 다리를 건너는 그림자를 봤어
그 언젠가 어둡고 황량한 길에서
이 적막을 지나면 어디든 닿을까
달리던 커다랗고 짙은
나의 슬픔을

목적 없는 청춘엔
냉기가 흐르지
도망치는 청춘은
눈물도 차가워

큰 다리를 건너는 그림자를 봤어
그 언젠가 어둡고 황량한 길에서
이 적막을 지나면 어디든 닿을까
달리던 커다랗고 거친
나의 슬픔을

기억해 줘

기억해 줘

이 적막을 지나면 어디든 닿을까
아무런 대답 없는 물음 속을
달리는 커다랗고 짙은
나의 슬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