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이성수 그림 산문집 『아이 해브 어 캣』(이은북)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5. 4. 28.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지금까지 여러 뮤지션을 만나왔는데, 꽤 흥미로운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은 대체로 성격이 세고, 강한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은 대체로 순했다.
후자의 상당수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무대 위의 모습과 바깥 모습의 차이가 보여주는 '갭모에'가 재미있으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이제 먼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코로나 펜데믹 시절에 뮤지션들은 그야말로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몽땅 사라졌는데, 그 기간이 무려 몇 년 동안 이어졌다.
무대를 잃은 록밴드 프런트맨이자 집사인 저자는 SNS에 자기가 오랫동안 키워 온 고양이를 그려 자주 SNS에 올렸다.
펜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부터 3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점점 무기력해지는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던 그림 그리기는 많은 집사의 호응을 얻었다.
펜데믹으로 무대를 잃은 펜데믹 덕분에 어렸을 때의 꿈이었던 화가라는 꿈을 되새길 수 있었고, 그때 그린 그림이 모여 책 한 권으로 엮였다.
전화위복의 좋은 사례다.

페이지를 넘기며 둥긍둥글하게 그려진 그림 하나하나를 살피다 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새겨진다.
집사의 마음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책을 덮으며 오래전에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웠던 반려동물인 거북이 세 마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멍청이, 까불이, 순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