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김의경 소설집 『두리안의 맛』(은행나무)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5. 6. 7.

 



이 소설집을 읽고 이런저런 문장을 주저리주저리 쓰다가 모두 지웠다.
그 어떤 해설도 사족인 소설집이다.
읽는 내내 고용노동부 출입 기자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오랜만에 기자 흉내를 내보겠다.

대한민국 보통 청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기획 기사 작성 때문에 통계에 익숙한 편이다.
통계를 살피면 디테일한 부분은 놓칠지 몰라도. 대략적인 윤곽 정도는 그릴 순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의 하나는 돈의 흐름을 살피는 거다.
대한민국 보통 청년의 모습을 살피려면 그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통계를 살피면 된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기업 중 99%가 중소기업이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89.0%를 차지하고, 그들의 월 평균소득은 약 298만 원이다.
즉 근로자 10명 중 9명이 월 300만 원을 못 번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 소득이다.
여기엔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젊은 근로자, 대기업에 못지않은 임금 수준을 자랑하는 중견기업 근로자, 호봉이 쌓인 중장년 근로자의 소득이 혼재돼 있다.

대한민국 국민 총가구의 월 세전 소득을 조사해 오름차순으로 배열한 뒤 정확히 중앙에 놓이는 값을 중위소득이라고 한다.
중위소득을 살펴야 '평균의 오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다.
지난해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약 223만 원이다.
2025년 기준 최저임금 월급(209만6270원)보다 조금 많다.

2023년 기준 청년(15~39세)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56.9%다.
2022년 기준 청년가구 중 전·월세 등 임차 비중은 82.5%이다.

원룸이나 투룸에 전·월세로 살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 중소기업 근로자.
이것이 통계로 파악할 수 있는 보통 대한민국 청년의 대략적인 모습이다.
대학은 '인서울' 4년제는 나와야 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해야 하며, 결혼할 때 집은 수도권 자가 정도는 마련해야 평균이라는 '평균 올려치기'가 얼마나 허황한지 통계만으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이 소설집을 읽으면 된다.
새 정부에서 노동 정책을 이끌어 갈 공직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사족을 더 달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