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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5. 7. 28.

 



김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과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작품이다.
영어덜트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아몬드』보다는 『시간을 파는 상점』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훌륭한 청소년 문학은 성인 독자에게도 소구력이 있음을 『아몬드』가 이미 보여주지 않았던가.
어쩌면 이 작품은 청소년보다 성인 독자에게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속 등장인물 모두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어 오해를 쌓는데, 사실 청소년보다는 성인이 감정 표현에 더 어려움을 느끼지 않던가?
청소년 시절의 나는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반면, 성인인 나는 감정 표현 자체를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걸 안 지 오래됐으니까.
그렇다고 표현하지 않은 감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뒤틀리고 못생겨진다.
술 한 잔이 들어가면 억눌려 있던 여러 감정이 섞인 말이 필터 없이 쏟아져 나오고, 다음 날에는 그 말들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그런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사람과 만나기를 피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 작품의 메시지는 뻔하다면 뻔하다.
눈물은 약점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용기의 증거이며, 진심은 통한다.
이 뻔한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내미는 무기는 '친절'과 '배려'다.
언젠가 온라인상에서 봤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한 취객이 버스에 올라 기사에게 반말로 소리치며 시비를 걸더란다.
그러자 기사는 따뜻한 목소리로 취객에게 "오늘 많이 힘드셨습니까?"로 물었단다.
결과는? 당황한 취객의 말투가 존댓말로 바뀌고 진상짓을 멈추더란다.
'친절'과 '배려'... 뻔한 무기인데 꽤 효과적으로 통한다.

이 작품을 읽었다고 내가 딱히 달라지진 않았을 테다.
그래도 지금 내 주변 상황을 잠시나마 돌아볼 계기는 됐다.
읽고 나면 마음이 착해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