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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십센치 “무대 위에서 뛰어다니는 십센치 보게 될 것”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1. 16.

홍대 인디밴드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체조경기장서 단독 공연을 앞둔 십센치.

나 또한 뮤지션을 꿈꿨었고(또 꿈꾸고 있고) 십센치 멤버들과 동년배인지라 인터뷰 내내 질문 이외에도 이런 저런 음악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서로가 서로를 디스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마쳤다. 음악만큼이나 유쾌하고 즐거운 인터뷰였다.

난 권정열의 키가 171cm란 사실을 믿을 수 없다. 훨씬 크게 느껴지던데? ㅜㅜ

 

 

십센치 “무대 위에서 뛰어다니는 십센치 보게 될 것”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가수들에게 있어 이곳은 단순한 경기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내 실내 공연장 중 최대 규모(1만 1000석)를 자랑하는 이곳은 스팅,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조용필, 인순이, 신승훈 등 국내 대형 가수들의 독무대였다. 수많은 스타들이 이 곳 어딘가에서 무대 위 자신들의 스타들을 향해 선망의 눈빛을 보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듀오 십센치(10㎝)가 다음달 23일 홍대 인디밴드 사상 최초로 단독 공연을 펼친다. 공연을 앞둔 십센치의 멤버 권정열(보컬)과 윤철종(기타)을 15일 본사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십센치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서보고 싶은 ‘로망’”이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대관 신청을 했는데 정말로 우리에게 무대를 허락할 줄은 몰랐다. 큰일 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3000석 공연을 치렀을 때 티켓이 조기 매진돼 많은 팬들이 아쉬워하더군요. 우리가 그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겼죠. 또 지금처럼 인기 좋을 때 아니면 언제 그 무대에 서보나 하는 욕심도 있었고요.”(권정열)

2010년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발표하며 데뷔한 십센치는 같은 해 8월 싱글 ‘아메리카노’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인디계 스타로 떠올랐다. 이듬해 십센치는 기타와 젬베(아프리카 전통 타악기)의 간소한 편성과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키치적인 감성을 담아낸 첫 번째 정규 1집 ‘1.0’을 발표했다. 야하고 뻔뻔한 가사로 화제를 모았던 이 앨범은 무려 3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이들을 더 이상 인디로 부르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십센치는 풍성한 편곡과 주류 팝의 감성이 눈에 띄는 정규 2집 ‘2.0’을 발표하며 음악적 다변화를 시도했다. 1집으로 십센치의 팬이 된 이들 중 일부는 2집이 너무 팝적이며 덜 야하다는 불만을 터트렸다. 일각에선 젬베 빠진 사운드에 ‘길거리 정서’도 빠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일부는 가사를 뜯어보면 2집이 1집보다 더욱 야하고 은밀하다며 십센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십센치는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1집을 만들 당시엔 세상에 드러나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어요. 가사도 정말 노골적이잖아요? 특이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2집은 그런 자세 대신 여유롭고 편하게 녹음했습니다. 하지만 1집이나 2집이나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것 없어요. 가사도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세요. 2집이 더 야하다는 걸(웃음).”(권정열)

“2집의 편곡이 풍성하다보니 1집 때보다 배가 불러 욕심이 많아진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정반대예요. 1집에선 어떻게든 둘이서 기타와 젬베로만 음악을 연주하려고 했었죠. 의도적으로 다른 악기를 배제했어요. 욕심은 그때가 더 컸어요. 오히려 그런 강박 없이 작업한 2집이 힘을 뺀 앨범이라고 봐야죠.”(윤철종)

십센치의 겸손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앨범 타이틀곡 ‘파인 땡큐 앤드 유(Fine Thank You And You)’와 같은 곡에선 상당한 음악적 욕심이 느껴진다. 단순한 음악적 복고를 넘어서 연주와 녹음까지 철저하게 복고를 지향한 이 곡의 작업 과정을 묻자 십센치는 소소한 일화를 즐겁게 설명했다.

 



 


“녹음에 쓰인 드럼은 도저히 연주로 쓸 수 없는, 모양만 남은 장식용 드럼이었습니다. 베이스 드럼에 별의 별 스티커까지 잔뜩 붙어있는(웃음). 그런데 그 드럼에서 원하는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바로 이거다 싶었죠.”(권정열)

“기타도 싸구려에 베이스도 수도 없이 튜닝이 틀어지는 오래된 물건이었습니다. 피아노도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한 그야말로 막 연주하는 피아노였죠. 피아노를 녹음할 때 먼 곳에 오래된 마이크를 두고 녹음했는데, 잡음이 낄까봐 숨도 제대로 못 쉬었었죠.”(윤철종)

이들이 그동안 선보여온 음악은 포크 기반의 다소 조용한 음악이다. 소극장이나 클럽과는 달리 대규모의 공연장에서 들려주기에 어울리는 음악인가에 대해 우려가 없지 않다.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했느냐는 질문에 십센치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까지 십센치는 무대 위에서 팬들과 소통하기보다 음악을 들려주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팬들이 우리에게 거는 움직임의 기대치가 낮아요. 사실 우리가 음악을 해온 13년 중 어쿠스틱 음악을 한 시간은 3년밖에 안 됩니다. 그 이전 10년 동안 우리는 록커였습니다. 가만히 앉아있진 않을 겁니다.”(권정열)

“T자형 무대 위에서 뛰어다니는 십센치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연주자 또한 저를 포함해 기타 2명, 키보드 2명, 베이스, 퍼커션 등 8인조로 편성됩니다. 십센치의 음악은 사실 대단히 리드미컬합니다. 넓은 공연장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연출될 겁니다.”(윤철종)

이번 십센치의 콘서트 세트리스트는 여느 때보다 다채로울 전망이다. 다음 달 초 십센치의 미니앨범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십센치는 공연 준비와 더불어 앨범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공연 전에 앨범을 발표해 팬들이 따라 부르게 만들어야죠(웃음). 2집을 위해 만든 곡이 서른 곡에 달하는데 앨범의 콘셉트 때문에 아쉽게 빠진 곡이 많아요. 그 중 다섯 곡 정도를 추려서 작업 중입니다.”(권정열)

“1집을 ‘1.0’, 2집을 ‘2.0’이란 타이틀로 발표했는데 미니 앨범까지 ‘2.5’란 타이틀로 발매하면 조금 식상하지 않나요? 앨범 타이틀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괜찮은 아이디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윤철종)

마지막으로 십센치는 “우리의 소원은 티켓 매진”이라고 입을 모으며 “이번 공연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공연 시장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