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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생소한 목소리…입담 장난 아닌데?” …인디 뮤지션, 라디오 고정게스트 각광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1. 25.

고등학교 이후 라디오를 거의 들은 일이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라디오를 조금씩 다시 듣기 시작했다.

내가 인디 뮤지션들을 인터뷰 섭외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음악이다. 내가 들어서 좋으면 누가 쓰지 말래도 알아서 기사를 써서 내보낸다. 언젠가 한 뮤지션이 내게 "자신과 만난 일도 없는데 기사를 크게 써줘서 무척 놀랍고 고마웠다"고 이야기한 일이 있다. 난 남들 뭐라던 간에 내가 들어서 좋으면 쓴다. 그게 다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뮤지션들의 자료를 모으다보니 이들 중 상당수가 라디오에 고정 게스트 혹은 단골 게스트로 출연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별 생각없이 인터넷을 통해 재방송으로 이들의 출연분을 듣기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재밌었다. 특히 '성시경의 음악도시' 캐스커 코너와 '정엽의 푸른밤' 나인의 고정 코너는 재방송을 통해 모두 청취했을 정도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라디오 출연을 집중 조명한 기사가 없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누군가가 썼을 줄 알았는데...

 

 

 

 

“생소한 목소리…입담 장난 아닌데?” …인디 뮤지션, 라디오 고정게스트 각광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19살 때 밴드 합주를 끝내고 친구들과 집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저를 모른 척하고 지나치시더군요. 그때 저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이해합니다.”

지난 22일 MBC FM4U ‘FM음악도시 성시경입니다’(이하 ‘성시경의 음악도시’)에 출연한 일렉트로닉 듀오 캐스커의 멤버 이준오의 고백에 스튜디오는 웃음바다에 빠졌다. 또 다른 멤버 융진은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나를 버린 거였어?”란 멘트에 감정을 담아 실감나는 목소리로 연기했다. ‘성시경의 음악도시’ 화요일 코너 ‘캐스커의 밤의 이야기’에 고정출연 중인 캐스커는 예상치 못한 입담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청취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도 캐스커는 KBS 2FM ‘장윤주의 옥탑방 라디오’의 금요일 코너 ‘음악, 기억을 부르다’에도 고정출연해 매주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방송엔 캐스커 외에도 십센치(10㎝), 제이래빗, 솔루션스 등 다양한 인디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방송인 못지않은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라디오가 인디 뮤지션들과 대중의 소통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동안 인디 뮤지션은 ‘골방 음악’의 이미지 때문에 대중과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들이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소소한 일상과 유머는 청취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장기하, 캐스커, 나인, 루시아, 스윗소로우 [사진제공=SBSㆍMBCㆍ파스텔뮤직ㆍ엠와이뮤직]

또한 인디 뮤지션들은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깊이를 무기로 아이돌 일색이었던 라디오 방송에 허를 찌르고 있다. MBC FM4U ‘푸른밤, 정엽입니다’ 고정출연 중인 디어클라우드의 보컬 나인(Nine9)이 그 대표적인 예다. 나인은 자신의 토요일 고정 코너 ‘뮤직 코멘터리 나인’을 통해 유재하, 들국화, 스티비 원더 등 가요와 팝 명반의 모든 수록곡을 소개하며 청취자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시각을 전달해 호평을 받고 있다. 제이레빗과 옥상달빛은 KBS 2FM ‘슈퍼주니어의 키스더라디오’, 루시아도 경기방송 라디오 ‘엠투엠 정환의 한밤나라’ 고정 게스트로 활약 중이다.

게스트를 넘어 메인 DJ자리를 꿰찬 인디 뮤지션들도 있다. 엉뚱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로 인기를 모았던 장기하는 지난해 SBS 파워FM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 DJ 자리를 꿰찼다. 스윗소로우는 MBC FM4U ‘오후의 발견, 스윗소로우입니다’의 DJ를 맡아 2012년 MBC 연예대상 라디오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디오를 통해 인디 뮤지션들은 ‘골방 음악’의 이미지를 친근함으로 희석시키며 활동 범위를 소규모 공연장에서 다양한 매체로 늘려나가고 있다.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를 연출하고 있는 이선아 PD는 “인디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불러온 만큼 자신만의 이야기와 콘텐츠가 많다”며 “오직 목소리로만 청취자와 소통을 해야 하는 매체의 특성상 이야기 거리가 많은 인디 뮤지션들은 매력적인 출연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PD는 “몇 년 전과는 달리 청취자들이 인디 음악을 낯설어하지 않고 즐기고 있음을 느낀다”며 “인디 뮤지션들의 라디오 진출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123@heraldcorp.com